올해 저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의 맘에 가닿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고 있어요. 물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만큼 저의 마음과 정신 건강을 돌보고 건강한 루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지만, 좋은 글을 쓰는 게 저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것과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은 100도까지 잠잠하다가 100도부터 끓기 시작하듯, 저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겠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글을 쓰다가 이게 맞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합니다. 적당한 직장을 찾고 적당히 괜찮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뤄야 하는 걸까, 이 중요한 나이에 작가가 되겠다고 모아돈 둔을 까먹으면서 글 쓰는 생활을 하는 게 맞나 하루가 멀다하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그래, 올 해만은 내게 허용하자, 고 답합니다. 그러나 내일 똑같은 질문이 나에게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이놈의 불안함은 쉽게 없어지질 않습니다. 매일매일 고군분투 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이 불안함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이 불안함에 익숙해지고자 합니다. 익숙하게 불안해하며 그럼에도 글을 써봅니다.
불안하지 않아서 괜찮아,가 아니라 불안해도 괜찮아. 아니 어쩌면 불안하고 괜찮지 않아도 그냥 해내는 거야,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잠을 설치고 있고 무엇 때문인지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오래된 만성 무기력을 고치기 위해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데 이것 때문인지 아니면 제 고민이 깊기 때문일지요. 외고, 이대, 임용 합격, IT 이직, 두 권의 책 출간, 30번의 해외 여행... 무기력과 먼 사람처럼 보이는데, 주변 사람들은 대체 너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거냐고 놀라곤 하는데 제가 무기력 때문에 약을 먹고 있다니 의외이실까요? 이 무기력은 저의 실존과 너무 깊이 연관되기에 다른 날 주제로 삼아 글을 써보겠습니다. 오늘은 저의 불안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불안해도 하는 이유는, 불안해도 해내고 이뤄본 경험이 몇차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미래가 지금 불확실하고 눈에 선명히 보이지 않더라도, 내가 지나온 과거를 통해 나의 미래를 가늠해보고 조심스럽게 믿어봅니다. 작고 소소한 성공 경험들이 저를 믿게 합니다.
30대 1의 외고 입학 시험에서, 이 교실에서 한명이 붙는 건데 내가 붙었을 때. 임용 시험은 2-3년 잡고 한다는 말에 흔들리지 않고 1년 커리큘럼을 혼자 짜서 공부하고 한 번에 붙었을 때. 처음 시도해본 번지점프를 해냈을 때. 회사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날씨가 더워 집에 있던 여름 동안 글을 쓰고 첫 종이책을 출간했을 때. 달리기를 정말 싫어하지만 2분 달리기를 했을 때. 더이상 수영을 할 때 물을 먹지 않고 편안하게 호흡하게 될 때. 25미터 레일을 멈추지 않고 가게 될 때.
할 수 있을지 몰랐지만 하게 된 것들이 쌓이고, 앞으로의 나의 크고작은 성공을 가늠하는 기반이 되어줍니다.
수영을 좋아합니다. 물을 무서워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여럿 있는데, 저는 물을 참 좋아합니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계기는 단순하고 강력합니다. 어릴 때 캐나다에서 학교를 잠시 다녔었는데, 수영 수업이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첫 수영 수업을 부끄러워 했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수영을 배운 적도 없어 수영 실력이 부끄러웠고, 이 친구들은 발육이 빠른데 내 어린 몸이 부끄러웠지요. 그런데 그날의 수영 수업은 제가 물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수영장 아래에 떨어트린 보물(?)을 찾아오는 게임을 했는데요. 이건 너무 쉽지, 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잠수가 되지 않는 겁니다. 땅에 팔을 뻗으려고 허우적 거리는데 땅에 닿지를 않았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빠지고 싶어도 빠지질 않는구나. 사람의 몸은 뜨는구나.
물을 무서워 하던 때에서,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때를 지나, 물을 먹으며 자유형을 했다가, 이제는 편안하게 자유형을 합니다. 물을 먹고 옆으로 비스듬히 나아가던 배영을 지나, 지금은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는 배영을 합니다. 그리고 이젠 평영에서 고전하고 있는데요. 도무지 앞으로 나아가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 압니다. 언젠가는 유유자적하며 평영을 하고 있을 테고, 접영도 멋지게 하겠죠.
그러니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써봅니다. 올해 초에 제가 세운 계획들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출간하기, 유료 독서모임 운영하기, 출간 글쓰기 클래스 운영하기, 성장 글쓰기 플랫폼 확장하기, 인문학 강의하기, 몸과 마음의 건강 루틴 단단히 하기, 혼자 해외여행 하기, 내 팬 만명 만들기, 가족 친구와 돈독하기, 스스로에게 너그럽기. 아니, 이 계획을 세울 때 새로운 인연 만들기는 넣지 않았네요. 그건 계획으로 될 수 없다는 걸 직감했던 걸까요. 아무튼, 10개의 계획을 올 초에 세웠답니다. 아직 뭐 하나에도 확실하게 DONE 표시를 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곧 체크 할 수 있을 것이 눈에 보입니다. 불안함은 내가 나아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작년이 이상하게 너무나 안락하고 지루하다 했더니, 올해 잔뜩 불안하고 자유롭고 성취하는 한 해를 보내고 있네요.
무한한 가능성이 나를 불안하게 합니다. 이 불안함에 익숙한 어른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