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상반기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오래된 관계를 정리하였고, 아니 어쩌면 감정적으로는 이미 끝나 있었던 관계를 이제야 서류상으로까지 마무리하였습니다. 소속된 직장에서 나와 혼자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였고, 한동안 놓았던 운동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멈췄던 수영도 다시 저의 루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작년 말, 올해를 준비하며 여러 계획들을 세웠습니다. 그중 몇 가지는 유지되었고, 몇 가지는 지워졌으며, 몇 가지는 새로이 추가되었습니다. 작년의 저는 ‘(전)배우자를 사랑하고 잘해주자’는 목표를 세웠으나, 지금은 그 목표가 ‘나를 사랑하자’로 바뀌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사랑하려고 애쓰는 시점부터 그 관계는 이미 균열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반기 동안 저는 꽤 바쁘게 지냈습니다. 낯선 것들로 하루하루가 가득 찼고, 불안은 잔물결처럼 마음속에 계속 일었습니다. 올해 초, 저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누군가는 조용히 곁에 있어 주었고, 누군가는 따뜻한 음식을 건네주었습니다. 누군가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고, 또 누군가는 할 일은 하자며 담담하게 등을 밀어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잠시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불안은 종종 불면이라는 탈을 쓰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잘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해 세운 여러 목표 중 하나였던 ‘지속가능한 루틴’을 위해 더 열심히 하루를 설계하였습니다. 아침에는 헬스장에 가고, 강아지와 산책하며 햇빛을 쬐고, 책상 앞에 앉아 해야 할 일을 해냈습니다. 수영장에 가고, 밤에는 다시 산책을 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빽빽하게 채우는 일로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버텼습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문득문득 소진감을 느낍니다. 집에서 일하다 보니 일과 쉼의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경계가 흐릿해졌고, 혼자 잘 살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기로 마음먹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여겼지만, 결국 열심히 달리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불안함을 연료 삼아 뚜벅뚜벅 걸어가는 듯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그 걸음의 원동력이 결국은 불안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저는 건강한 루틴을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런데 루틴을 만드는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해야 할 것들을 촘촘히 껴넣는 데 집중해버렸습니다. 하루를 완성도 높게 쓸수록 안심이 되었지만, 루틴이란 결국 살아가는 방식이지 체크리스트가 아니었음을 이제야 느낍니다. 건강한 루틴에는 제때 쉬는 것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습니다.
얼마 전, 글을 쓴다던 저에게 삼촌이 말했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여행을 많이 다녀야 해.” 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요즘 여행은 사치예요. 그냥 사유의 여행을 합니다.ㅎㅎㅎ” 직장을 다니지 않고 있어 충분한 고정 수입이 없으니 여행은 사치라고 느꼈거든요. 하지만 꼭 글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리프레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어요.
다행히도 저는 제가 진짜로 편안해지는 휴식의 방식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이 있는 곳으로 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나 즐거워집니다. 물이 있는 곳으로 다녀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