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함과 강함, 악함과 약함 ✉️일상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편지, 래나레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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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힘
살다보면 힘, 권위, 폭력 등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일이 생기긴 해요. 어릴 때 그런 걸 경험했을 때 저는 강한 사람은 무서운 사람, 선한 사람은 쉽게 무너지는 사람처럼 느꼇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강함과 악함’을, ‘선함과 약함’을 구분하지 못했어요. 착하면 당하고, 무서운 사람이 이긴다는 단순한 감각이 몸에 새겨졌고, 제 안의 선함은 무기력함과 함께 있었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사람과 많이 커뮤니케이션 해야하는 직업 특성 상, 저의 다정함이나 부드러움이 때로는 약함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방어적으로 날카로워지거나 날을 세우기도 했고요. 그러니 사회생활 하며 피곤한 일은 줄어들었고 편리해졌지만 그렇게 변해가는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했어요. 왜 나는 무던하게 차갑지 못하고 천성이 예민할까 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다정함을 잃어버린 저를 보면서, 여전히 다정한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그런 사람들의 태도가 얼마나 단단한 힘에서 나오는지 알게 됐어요. 쉽게 상처받고 쉽게 물러나는 게 아니라, 풍파를 견뎌내고도 계속 다정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다는 걸요. 그리고 저는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거였다고요.
예전에는 선함은 무기력하다고 여겼는데, 지금은 선하면서도 단단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알아가고 있어요. 선한 채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효능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도 있다는 걸요.
그래서 요즘 저는 다정하게 살아가려 하고, 지금의 제 모습이 좋아요. 다정함은 약함이 아니에요. 선함은 유능하지 못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약해서 악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선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지킨다는 건 오랜 통찰과 자기 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저는 이제 강하고 선하고 다정하게 살고 싶어요. 공격하지 않아도 단단한 방식, 나와 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중심을 지키는 방식으로요. 예전엔 선하면 무너질까 봐 두려웠는데, 지금은 선하기 때문에 오래 서 있을 수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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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선함을 약함으로, 강함을 공격성으로 생하게 될까요?
사람들은 종종 착한 사람은 약하고, 강한 사람은 냉정하다고 여겨요. 저 역시 사회생활을 하며 그런 인식을 한동안 가지고 있었어요. 다수의 사람들을 대할 때 부드럽게 말하면 권위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차가운 태도로 나를 지키려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중요한 건 원칙과 선이었지, 무조건적인 냉소적 태도가 유용한 건 아니라는 건 조금 더 후에 알게 되었죠.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많은 행동이 ‘열등감의 보상’에서 비롯된다고 봐요. 자신이 약하다고 느낄수록,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쉽게 상처받을 것 같을수록 방어적으로 공격성을 띠는 거예요. 결국 많은 공격적인 태도는 강함이 아니라 불안의 표현일 수도 있어요. 반대로 다정함이나 부드러움은 그런 방어가 필요 없을 만큼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태도예요.
수잔 데이비드는 정서적 민감성을 회피하거나 억압하는 사람일수록 감정을 통제하기보다 감정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어요. 감정을 잘 느끼고, 말할 줄 알고,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회복력이 높고 관계의 질도 안정적이라는 거죠. 다정함은 그저 착하기만 한 태도가 아니라, 감정을 섬세하게 감지하고 조절할 줄 아는 내적 기술에 가까워요.
브렌 브라운은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진짜 용기”라고 말했어요. 우리가 흔히 ‘강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사실은 감정을 꽁꽁 감추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진짜 강한 사람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공감하거나 다정하게 말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무력하다는 생각은, 사실은 오랫동안 감정 표현을 억제당해온 경험에서 비롯되기도 해요. 애착이론 관점에서 보면, 안정 애착을 형성한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감정을 공유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요. 다시 말해, 다정함은 안정감의 결과이지 약함의 징후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이제 선함과 강함은 공존할 수 있다고 믿어요. 무례하지 않고도 중심을 지킬 수 있고, 다정하면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자기 감정을 조율할 줄 아는 사람, 타인의 경계까지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강한 사람이죠. 저는 그 힘을 갖고 살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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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은 실천
오늘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보면 어떨까요. “나는 나의 다정함을 어디에 쓰고 있지?”, “나는 누구에게 다정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지?”, “그리고 그 마음을 나 자신에게도 나누고 있었나?” 다정함은 특별한 성격이나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감정의 방향이에요. 문제는 우리가 그 마음을 꺼낼 수 없게 만드는 피로와 두려움, 그리고 약해 보일까 걱정하는 방어예요. 오늘 하루, 그 마음을 잠깐 꺼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어요.
조용한 순간에, 혹은 산책 중에, 아니면 잠들기 전 노트 한 켠에 적어보는 거예요. “내가 최근에 다정했던 순간은 언제였지?”, “그 순간 나에게는 어떤 여유가 있었지?”, “나는 다정한 나를 좋아하나?”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정함이 결핍이 아니라 자원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다정함은 단단한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걸, 오늘 하루 스스로에게 다시 확인시켜주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외유내강 다정킹이 되고 싶은
래나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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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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