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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편안함
저는 몇 년 전 교사를 그만두고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했어요. 안정적인 직업을 놓는다는 건 큰 선택이었지만, 그때 처음 알았어요. 놓아야 더 많은 걸 쥘 수 있다는 걸요. 그 이후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데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어요.
교사를 그만둘 땐 저 자신을 믿지 못했어요. 제 선택을 지지해주고, 심리적·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도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지금은 아무도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저를 믿어요. 하다 보면 뭐라도 될 것 같고, 꾸준히 시도하면 어떤 형태로든 열릴 거라는 감각이 있어요.
지금 저는 퇴직금으로 생활하고, 수입은 안정적이지 않지만 불안하지 않아요. 왜냐면 ‘나는 꼭 성공한다’라고 믿는다기보다, ‘나는 하고 싶은 걸 해도 된다’라는 지지를 스스로에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어때요. 그럼 그때 다시 가능한 선택을 하면 되죠. 저는 더 이상 결과로 저를 평가하지 않아요. 시도할 수 있다는 것, 제 감각을 따라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전보다 훨씬 큰 자유예요.
결혼을 끝내고 나서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어요. 오히려 더 자유로워졌어요. 결혼생활을 할 때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조심스러웠어요. 아무리 응원을 해준다고 해도 신경이 쓰였죠. 그런데 이제는 누구에게 미안하거나 고마워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드니까, 시도하고 실험하는 게 더 쉬워졌어요. 내가 나를 믿는 이 감정이 이렇게 편안한 거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어요!
지금 저는 자기이해와 자기애 회복을 돕는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걸 어플로도 개발 중이고요. 참여자 분들이 많이 공감해주시고 도움 받았다고 말해주셔서 보람을 느껴요. 또 하나 준비하고 있는 건 말하기 어플이에요. 말이라는 건 단지 스킬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방식이거든요. 건강한 자기인식을 가진 사람만이 건강하게 말할 수 있어요.
국어교사 시절부터 관심 있었던 이해·표현 교육이 지금 이렇게 어른들을 위한 자기이해 훈련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신기하죠!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쭉 연결되고 있다는 걸 느끼고, 그게 저에 대한 신뢰로 돌아오고 있어요. 시간이 쌓이며 저는 저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 잘 믿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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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는다는 것의 의미
어릴 때부터 우리는 늘 검사를 받아왔어요. 성적, 결과, 평가, 비교. 내가 나를 믿기 전에 누군가가 나를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내 위치가 정해졌죠. 점수는 높을수록 좋은 거고, 시험은 잘 봐야 통과할 수 있는 거고, 남들보다 앞서야 괜찮은 거라고 배웠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나를 믿는다’는 말이 어딘가 근거 없고 위험한 태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자신을 믿기 위해서는 뭔가 보여줄 만한 결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신뢰는 증명이 아니라 관계예요. 타인을 믿는 것도 마찬가지잖아요. 그 사람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그 사람의 마음과 일관성을 느꼈기 때문에 믿는 거죠. 나 자신에 대한 신뢰도 그래요. 어떤 순간에도 나를 크게 다그치지 않고, 조금 부족할 때도 내 편이 되어줬던 시간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이 믿을 만한 존재로 느껴져요. 나랑 쌓아온 관계가 그렇게 바뀌는 거예요.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신념은 행동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했어요. 결국 ‘나를 믿는다’는 말은, 결국 내가 나를 믿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뜻이에요. 무모하게 확신하는 게 아니라, 불안할 때도 움직였던 내가 있었고, 망설이면서도 해본 적이 있다는 기억이 쌓인 거예요. 저는 최근에서야 그걸 실감했어요. 무엇을 해서 성공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잘 안 돼도 다시 방향을 잡는 법을 알게 되면서요. 그래서 요즘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그냥 제가 저를 믿어요. 그렇게 쌓인 자기 신뢰는 꽤 단단하고 무엇보다 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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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은 실천
오늘은 작게라도 하나, 내가 스스로에게 권한을 주는 행동을 해보면 어때요. 어떤 일에 대해서 “이건 해도 돼”라고 허락해주고, 정말 해보는 거예요. 평소라면 망설였을 선택, 누군가 눈치 보며 미뤘던 결정, 혹은 단지 ‘지금 하고 싶었던 일’이어도 괜찮아요. 그게 커피 한 잔을 혼자 마시는 일이든, 자잘한 지출 하나를 마음 편히 하는 일이든, 중요한 건 ‘나는 이걸 해도 되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움직여보는 거예요.
우리는 늘 기준과 이유를 따져요. 충분히 노력했는지, 지금이 맞는 타이밍인지, 이걸 할 자격이 있는지. 그런데 그런 질문 없이도 나를 믿고 움직일 수 있는 감각을 만들어보는 게 오늘의 실천이에요. “이 정도는 해도 돼.” 그 말 하나만으로도 오늘의 나는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어요. 나를 믿는다는 건 거창한 각오보다, 이렇게 작은 허락을 반복하는 일인지도 몰라요.
래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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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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