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거리에는 현수막이 걸리고, 방송에는 토론이 나오고, SNS에는 날선 말들이 가득해요. 저는 크게 주장하기보다는 말을 아껴요.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싫어서라기보다는, 정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아쉬울 때가 많아서요. 어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이건 옳고, 저건 틀렸고, 누군가는 선하고, 누군가는 악하다고 말해요. 하지만 저는 늘 그 이분법이 불편해요. 모든 걸 선과 악, 정답과 오답으로 나누는 방식엔 닫힌 감각이 느껴지거든요.
저는 절대적 도덕이나 완벽한 옳음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아요. 정치는 그저 가치의 우선순위가 다를 뿐이라는 생각을 해요. 누군가는 복지를 우선시하고, 누군가는 경제성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또 어떤 이는 안보나 세금 문제에 더 큰 가치를 둘 수도 있겠죠. 다 같은 사람이지만, 삶의 경험이 다르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선택도 다르게 나타나는 거니까요. 그래서 누군가가 어떤 정당이나 정책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게 옳다거나 그르다기보다는, ‘아, 저 사람은 저런 삶의 맥락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돼요.
사실 절대적인 답이라는 게 얼마나 있을까요. 엄밀한 학문인 수학조차도 무오류의 체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의가 달라지곤 하거든요. 수학을 잘 모르지만, 예전에 수리철학을 공부하면서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이 있어요. ‘무한’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어 왔고, ‘함수’나 ‘집합’ 같은 기본 개념조차 고정된 게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그런 걸 보면, 우리가 내리는 판단 역시 절대적인 게 아니라 언제나 시대와 맥락 속에서 구성되는 거라는 걸 더 실감하게 돼요.
그래서 저는 제 정치적 취향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지지하는 방향이 옳아서가 아니라, 나는 이쪽 가치에 조금 더 마음이 가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거예요. 그게 더 솔직하고, 덜 공격적인 태도인 것 같기도 해요.
자기가 옳다고 믿는 순간, 나머지는 틀렸다고 느껴지기 시작해요. 그건 사람을 멀어지게 만들고, 대화를 딱딱하게 만들어요. 그런데 정치라는 건 결국 사회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잖아요. 그게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서로 다른 취향과 맥락의 조율이라면, 조금 더 부드럽고 열린 말들이 오갈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남아요. 그래서 저는 큰 말 없이, 그냥 조용히 한 표를 던지기만 합니다.